검색결과6건
국가대표

클린스만 연이은 '패착'…이기고도 아슬아슬한 여정 [아시안컵]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던 전술을 꺼내들었지만, 선제 실점 이후 부랴부랴 기존 전술로 바꿨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 기용부터 전술 선택까지 번번이 패착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는 올랐으나, 여전히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배경이다.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파격적인 스리백 포메이션을 꺼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HD)을 양 측면에 배치하는 전술이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을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 무대에서 꺼내든 것이다. 부임 후 그토록 강조했던 연속성·지속성과 배치되는 결정이기도 했다.수비에 무게를 두다 전방에 포진한 손흥민(토트넘)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활용한 역습으로 일격을 가하겠다는 의지였다. 한 번도 활용한 적이 없는 만큼 상대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실제 이날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상대에 밀렸고, 주도권을 내준 채 수비에 집중할 땐 사실상 파이브백 형태로 웅크렸다.다만 평가전도 아닌 실전에서, 그것도 만만치 않은 팀과의 토너먼트에서 꺼내든 건 분명 무리수였다. 결과는 후반 1분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교체 투입된 압둘라 라디프가 김민재와 정승현 사이를 파고들었다. 설상가상 일격을 맞은 뒤에도 한국은 후반 좀처럼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깜짝 카드로 내세운 정우영(슈투트가르트)는 후반 9분 만에 교체됐다. 10분 뒤엔 정승현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를 투입하면서 기존 전술로 바꿨다. 이날 전술적인 선택이 패착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변화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흐름을 바꾸기 위한 묘책을 꺼낸 것도 아니었다. 전술 변화 이후에도 경기력은 오르지 않았다. 한국의 후반 슈팅 11개는 모두 후반 36분 이후에 몰려나왔다. 사우디가 수비라인을 내린 이후에야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전까지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으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장골과 조현우(울산)의 승부차기 선방쇼 덕분에 8강에 오르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역할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할 만했다.문제는 이번 대회 내내 클린스만 감독의 패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원 싸움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전술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경기력이 좋지 않던 선수를 거듭 선발로 기용하다 조기 교체를 반복하기도 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핵심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인 건 로테이션이 필수적이었던 말레이시아전에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한 클린스만 감독 선택의 여파다.8강까지 오르는 여정 속에서 우승후보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거나, 클린스만 감독의 묘수가 빛을 발한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오는 3일 또 다른 우승후보 호주를 만나는 것처럼 점점 더 어려운 상대들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력 차가 크지 않다면 결국 감독의 역량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시점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패착만 반복하는 지금까지 여정을 돌아보면, 우승 여정에 가장 큰 불안요소는 클린스만 감독이다.김명석 기자 2024.02.01 06:03
국가대표

비판 받던 조규성·조현우 '반전 드라마'…이제는 짜릿한 역전승 이끈 영웅들 [아시안컵]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였다. 클린스만호가 극적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피 말리는 승부 속 벼랑 끝까지 몰렸던 한국을 구한 건 조규성(미트윌란)과 조현우(울산 HD)였다. 대회 내내 비판을 받던 이들이 공교롭게도 중요한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나란히 영웅이 됐다.조규성과 조현우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회 16강전 승리를 합작했다. 조규성은 경기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고, 조현우는 승부차기에서 2개의 선방을 해냈다. 덕분에 한국은 8회 연속 아시안컵 8강으로 향했다. 상대는 호주다.많은 비판을 받았던 이들이 이끈 승리라 더욱 짜릿한 반전이었다.공격수 조규성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내내 침묵에 그치며 질타를 받았다. 스트라이커인데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거나, 공중볼 경합에서도 밀리는 등 부진한 경기력에 그친 탓이다. 급기야 그의 소셜 미디어(SNS)에는 선 넘는 인신공격성 댓글들까지 달렸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용병술이 비판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 역시 조규성의 중용이었다.김승규(알샤밥)의 부상 이탈로 대신 주전 골키퍼 역할을 맡은 조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조별리그 요르단·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에서 5실점을 허용한 탓이다. 수비가 무너진 탓도 컸지만 골키퍼로서 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해낼 만한 선방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이들의 16강 활약은 그래서 더 빛났다. 조규성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벤치에서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수를 한 명 더 늘리는 전술 변화와 맞물려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에 두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2선에 배치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1분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궁지에 몰렸다. 골이 절실한 상황,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9분 조규성을 투입해 최전방에 배치했다.아쉬운 장면들도 적지 않았다.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빼앗기거나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패스를 택했다가 기회를 놓친 장면도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헤더마저 골대를 강타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10분의 추가시간이 거의 흐른 시점. 김태환(전북 현대)의 크로스를 설영우(울산)가 헤더로 내준 공을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문전에서 헤더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내는 이른바 극장골. 그는 거친 포효와 환호로 그간 자신을 향했던 비판을 털어냈다. 조규성이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했다면, 조현우는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접어든 승부차기. 조현우는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상대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킥을 모두 선방해 냈다. 정확하게 방향을 읽어내 잇따라 쳐냈다. 조현우의 선방에 한국은 1~4번 키커 전원 성공으로 답했고, 승부차기 4-2 승리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그동안 거센 비판을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이들도 이제야 웃었다. 조규성은 경기 후 “지금까지 (득점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이제야 한 골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현우도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승부차기에서 막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주춤하던 클린스만호는 토너먼트 첫 경기를 짜릿한 승리로 따내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이들이 그동안의 비판을 딛고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 관문을 넘은 한국은 내달 3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격돌한다. 지난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패배했던 아쉬움을 9년 만에 설욕할 기회다.김명석 기자 2024.01.31 11:51
프로축구

[IS 피플] 정우영 극장골 도운 엄원상 “상금 일부 준다는데···”

“우영이가 상금 일부를 떼준다고 했는데, 아직 입금 안 됐다.” 12일 대한축구협회(KFA)가 마련한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 미드필더 엄원상(23·울산 현대)이 웃으며 말했다. 엄원상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극장골을 도왔다. 1-2로 뒤지던 한국은 정우영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대표팀은 6월 A매치 세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마지막 평가전을 앞뒀다. 엄원상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갔다.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생각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영이의 골을 도왔다. 얼떨떨했다. 팀에 도움이 돼 다행”이라며 “경기 끝나고 우영이가 고맙다고 했다. 우영이가 그날 MOM(최우수선수)에 선정돼서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상금 일부를 떼준다고 했는데, 아직 입금이 안 됐다”고 웃었다. 엄원상은 빠른 스피드와 박스 안 세밀한 플레이가 강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흐(이집트)와 플레이가 비슷해 ‘엄살라’라고 불린다. 살라흐는 이집트 대표팀 선수로 한국에 방문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부상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한다. 엄원상은 “살라는 워낙 좋은 선수다.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못 보게 됐다”고 했다. 엄원상은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23세 이하 대표팀까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후 A대표팀까지 소화 중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국가대표의 꿈을 갖고 운동했다. 우연히 좋은 자리에 왔다”며 “처음부터 꿈꿔 온 자리다. 색다르다. (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엄원상은 빠른 스피드로 경기 후반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 역할을 한다. 엄원상은 “피치에 들어설 때는 팀이 도움될 수 있는 방향을 (머릿속에) 갖고 들어간다. ‘피해만 되지 말자’는 마인드를 가진다”라며 “감독님께서 특별한 주문을 하시지는 않지만, ‘상대 뒷공간을 침투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하신다”고 했다. 엄원상은 14일 이집트와 경기를 앞두고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승리가) 첫 번째 목표다. 경기에 들어가면 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서 기자 2022.06.12 16:16
축구

손이 뚫었다

1-1로 맞선 후반 44분. 홍철(울산)의 프리킥을 김민재(페네르바체)가 헤딩으로 떨어뜨렸다. 문전에서 도사리던 손흥민(29·토트넘)이 침착하게 왼발로 차넣었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캡틴’ 손흥민이 대표팀을 살렸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 한국축구대표팀은 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시리아(81위)에 2-1 진땀승을 거뒀다.한국은 후반 3분 황인범(25·루빈 카잔)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39분 오마르 하르빈에 동점 골을 얻어맞았다. 약체로 평가받는 시리아와 비겼다면 치명타였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감독은 선수 교체 타이밍도 놓쳤다.하지만 손흥민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89분 ‘극장골’을 터트려 승점 ‘1점’을 ‘3점’으로 바꿔 놓았다. 한국은 2승 1무(승점 7)를 기록했고, 시리아는 1무 2패(승점 1)에 그쳤다. 그동안 대표팀 주장으로 부담감을 느꼈던 손흥민은 2019년 10월 약체 스리랑카전 이후 2년 만에 필드골을 터뜨렸다. A매치 28번째 득점이었다.왼쪽 날개가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이 공격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은 ‘손·황·황 트리오’ 손흥민-황의조(보르도)-황희찬(울버햄튼)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고도 홈에서 시리아를 겨우 이겼다. 입국 이틀 만에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했다.3선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은 2018년 대표팀에서 은퇴한 기성용(32·FC서울)의 전성기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황인범은 전반 44분 중원에서 기습적인 스루패스로 골키퍼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줬다. 황의조가 골키퍼까지 제쳤으나 첫 터치가 길었다. 전반 10분 송민규(전북)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맞았다. 전반전에 황희찬의 세 차례 슈팅 모두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다.황인범은 후반 3분 만에 ‘0’의 균형을 깼다. 페널티 에이리어 외곽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벼락 같은 왼발 중거리 슛을 쐈다. 공은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 골망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벤투 황태자’ 황인범의 A매치 4호 골. 그러나 한국은 후반 39분 동점골을 내줬다. 상대가 측면에서 빠르게 전환하면서 크로스가 넘어갔고, 하르빈을 놓쳤다.한준희 해설위원은 “전반은 한국 빌드업(공격전개) 템포가 빠르지 않았다. 시리아가 ‘두 줄 수비’를 펼쳤는데,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우리 선수들이 움직이거나 공을 받는 장면이 적었다. 무엇보다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며 “그야말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황인범이 미드필드에서 엄청나게 분투했다. 하지만 황의조, 정우영은 좋지 않아 보였다. 끝까지 템포와 구조를 잘 유지하지 못해 위기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손흥민은 경기 후 “많은 찬스에서 (골을) 못 넣었는데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보다 집중해서 찼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선수라면 안 아픈 상태로 뛴 적이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웃음), 그만큼 (축구를)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대표팀 경기라면 아파도 약 먹으면서 하는 게 당연하다. 몸 상태는 전체적으로 괜찮다.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했다.한국 대표팀은 9일 전세기를 타고 이동해 12일 테헤란에서 이란과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2무 5패로 절대 열세다. 손흥민은 “매 경기가 힘든데 이란 경기가 특히 더 그렇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과 많이 얘기하면서 좋은 경기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안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10.08 07:58
축구

U-23 대표팀의 역사, 골 넣고 호주에 진 적 없다

한국 축구가 호주 축구를 만난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 중 하나가 호주다. 호주는 한국·일본·이란과 함께 아시아 4강으로 꼽히는 국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호주(42위)는 한국(40위)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호주의 가장 큰 무기는 '아시아의 유럽'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피지컬이다. 한국 A대표팀은 호주를 상대로 다소 힘든 경기를 치른 경험이 많았다. 한국이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었다. 아시아 두 강호의 만남은 예측이 쉽지 않았고, 아시아의 라이벌전으로 통했다. A대표팀 역대 전적을 봐도 한국은 28전 8승11무9패로 호주에 열세다. 한국이 AFC 국가 중 열세에 놓인 몇 안되는 팀 중 하나가 호주다. 하지만 한국 U-23 대표팀으로 가면 이야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U-23 대표팀에 있어서 호주는 껄끄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한, '호주 킬러'였다. 한국은 호주를 14번 만나 10승2무2패, 라이벌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다. 그리고 한국 U-23 대표팀은 호주를 상대로 패배하지 않는 '공식'을 만들었다. 너무나도 간단한 공식. 한국은 호주전에 골을 넣으면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이 호주에 패한 경기는 2경기. 모두 한국은 1골도 넣지 못했다. 0패를 당한 것이다. 2004년 1월 친선전에서 0-1 패, 2014년 1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도 0-1로 졌다. 한국이 골을 넣지 못하자 승리하지도, 무승부를 거두지도 못했다. 반면 한국이 골을 넣으면 압도적으로 승리가 많았다. 두 팀의 첫 대결인 1992년 2월 친선경기에서 신태용과 노정윤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1999년 1월 친선경기에서 이관우의 골로 1-0 승리를 거두는 등 1골 차 승리도 있었고, 2000년 1월 호주 4개국 친선대회에서는 설기현·이관우·이동국의 연속골로 3-0 대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호주를 상대로 총 10번의 승리를 신고한 한국이다. 골을 넣고 비긴 경우는 극소수다. 1995년 1월 호주 4개국 친선대회에서 1-1 무승부, 2019년 3월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2-2 무승부까지 두 번의 경우가 전부다. 이제 한국 U-23 대표팀이 역대 15번째로 호주를 만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2일 태국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2020 AFC U-23 챔피언십 4강 호주와 일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김학범호는 승리만을 바라보고 있다. U-23 대표팀의 호주전 역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골을 넣고 이기는 것이다. 후보는 많고 기대감은 크다. 오세훈(상주 상무) 조규성(FC 안양) 등 최전방 공격수를 포함해 엄원상(광주 FC)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김대원(대구 FC) 정우영(프라이부르크)까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공격자원이 즐비하다. 요르단과 8강에서 극장골을 넣은 이동경(울산 현대)은 지난해 3월 호주와 친선전에서 골을 넣은 경험까지 갖췄다. 이들에게 U-23 대표팀 역사가 말하고 있다. 간단한 공식에 대입하면 된다. 골을 넣으면 지지 않는다. 토너먼트에서 무승부는 없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1.22 06:01
축구

이기니까 강팀이다

김학범호는 강팀이다. 경기력이 모자라기는 했지만 결과로 보여줬다. 강팀은 결과로 말하면 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거두며 8강 조기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지난 9일 중국과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고, 12일 이란과 2차전에서 2-1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오는 15일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김학범호는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다. 3위까지 도쿄에 입성할 수 있다. 김학범호는 8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으며 도쿄올림픽 본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사실 대회가 열리기 전 '죽음의 조'에 편성돼 걱정도 있었다. 중국은 번외로 치더라도 강한 피지컬을 앞세운 아시아의 대표적 강호 이란과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은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우즈베키스탄과 만나기도 전에 8강에 진출하면서 훨씬 여유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2전 2승. 조기 8강 확정. 이런 좋은 흐름 속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경기력이다. 두 경기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 나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1차전 중국전은 심했다. 한 수 아래 중국을 상대로 압도하지 못했고, 다득점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중국의 매서운 역습에 고전했다. 패스웍은 맞지 않았고, 공격의 날카로움은 사라졌다. 수비는 어설픈 중국의 공격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후반 추가시간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극장골이 터지며 가까스로 중국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도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하면 올림픽 나가봐야 망신만 당한다" 등 날선 목소리를 던졌다. 2차전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2-0 리드를 잡은 것 까지 좋았다. 하지만 1실점을 허용하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하고 날카로웠던 모습이 순신간에 다급한 모습을 변했다. 1, 2차전 모두 부진했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에 대한 아쉬움도 피할 수 없었다. 분명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김학범호의 행보에 '주'가 되서는 안 된다. 좋은 방향으로 좋은 분위기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 주가 되야 한다. 분명 김학범호는 잘하고 있다. 첫 경기의 부담감과 긴장감으로 조금 흔들렸고, 실점 후 대처방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이다. 크게 걱정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이 걸린 대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대회다. 김학범호는 결과로 말했다. 그러면 된 것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또 경기를 치를 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 수 아래 중국보다 대등한 이란을 상대로 더욱 강력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경기력적인 면에서 더욱 기대를 가져볼 만한 이유다. 탄탄한 스쿼드 역시 강팀 김학범호의 장점이다.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 등 유명한 선수들은 빠졌지만 모든 포지션에서 베스트 11이 없는 치열한 주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한 대표팀을 탄생시켰다. 이란전은 무려 7명의 베스트 11을 바꿨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누가 베스트로 나가도 활약할 수 있는 탄탄한 스쿼드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7명을 바꾸는 파격전술도 통할 수 있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경쟁이 뜨겁다. 중국전에 나선 오세훈(상주 상무)과 이란전에 출전한 조규성(FC 안양)은 저마다의 장점을 어필하며 최전방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우영 역시 앞으로 기대해볼만 하다. 2경기 부진했지만 '학범슨'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정우영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면 김학범호는 더욱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김 감독은 "우리는 선수층이 두껍다. 선수들을 그렇게 조련해왔다. 누가 나가도 제 역할을 한다.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전술이었다. 초반에는 중국전 때처럼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어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어느 선수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1.14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